"4~5세 아이, 자라나서 분노조절 잘 하게 하려면 화 낼 때마다 참아야 하는 이유를 부모가 설명해줘야"
김붕년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소아정신과)는 "4~5세까지 아이들이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낼 때 어머니가 잘'수용'해 줘야 아이가 커서도 분노 조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핵심은'수용'과'허용'을 헷갈리지 않는 것이다.
"멋대로 내버려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네가 힘들어하는구나' 하고 공감해주라는 얘깁니다. 그러면 아이가 누그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뒤 '화가 나는 건 인정하지만 네 뜻대로 해선 안 된다'고 차근차근 말로 풀어줘야 합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한 아이는 저절로 분노를 조절할 줄 알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늘고 있어 걱정입니다."
화약에 비유하자면, 남보다 유독 화약을 많이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뇌 발달에 문제가 있거나 호르몬 분비가 어긋나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 어느 시대나 이런 아이들은 대개 한 반에 세 명쯤 된다(5~10%)고 한다.
김 교수는 "이 비율은 늘 엇비슷하지만 '이 중에서 몇 명이 실제로 (화약고가) 터지느냐' 하는 점은 사회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과거에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 중 10분의 1만 폭발했는데 요즘은 4분의 1 또는 3분의 1이 폭발합니다. 좋은 양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막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한 사회의 경제 상태는 직접적으로 양육 경험과 연결됩니다. 어떤 아이들이 주로 폭발하는지 궁금하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가장 괴롭게 사는가' 생각해보세요. 거기다 폭력적인 게임·입시 스트레스·학교 폭력 같은 '방아쇠'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유 없이 욱한다고 여긴다. 김 교수는 "사실은 다 이유도 있고 경고 신호도 보내는데 어른들이 놓치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심지어 휴가를 가도 몸만 아이들과 한 공간에 머무를 뿐, 정말로 아이들과 마음으로 교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3~4세가 넘은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교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욱하는 한국인, 자제력 잃은 한국] [5] 부모까지 때리는 아이들 - 집에서부터 막나가는 폭행
누나보다 세뱃돈 적다고 할아버지 쫓아가 발로 차기도 - "걸어다니는 폭탄 너무 많아"
작은 계기만 있으면 바로 폭발… 욱하는 아이, 범죄자로 클수도
욱하는 아이들 사례 1)
미친○, 알지도 못하면서…. 꺼져."
지난달 주부 A(43·서울)씨가 두 딸이 싸우는 걸 말리다가 딸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중학교 2학년 큰딸과 초등학교 6학년 작은딸이 새 티셔츠를 서로 먼저 입겠다고 다퉜다. 언니가 티셔츠를 먼저 차지하자, 화가 난 동생이 언니에게 필통을 집어던졌다. 격분한 언니는 곧장 공부방 의자를 번쩍 들어 동생을 위협했다.
말리러 뛰어들어간 어머니에게 자매는 "씨○, 엄마는 도움이 안 돼!"라고 또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힘으로라도 두 아이의 몸싸움을 막으려 했다. 그러자 큰딸이 엄마를 밀쳐 넘어뜨렸다. 엄마와 딸들 사이에 대화나 설득의 시간은 없고 오직 욕설과 폭력만 오고 갔다. 가족관계가 깨져버릴 수 있는 상황까지 쉽게 막 나가버리는 일이 잦았다. A씨는 "1주일에 두세 번씩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서 "사는 게 지옥"이라고 했다.
◇어렸을 땐 발길질, 커서는 흉기 : 처음엔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욱하는 아이들 사례 2)
유치원생 B(6)군은 상황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에게나 발길질을 한다. 지난 설에는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에게 발길질을 했다. 설날 아침, 차례상을 치운 뒤 B군은 누나(8)와 나란히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세배를 했다. 세뱃돈으로 B군은 3000원, 누나는 5000원을 받았다. B군은 "왜 나는 세 장만 주느냐"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할머니가 "더 크면 5000원 주겠다"고 달랬지만 B군은 계속 씩씩거렸다. 할아버지가 B군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B군은 할아버지를 따라가 발길질을 했다.
B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얼마나 세게 발길질을 했는지 연로한 시아버지 종아리에 멍이 들었다"면서 "아이가 화가 나면 조절할 줄 모르고, '왜 그랬냐'고 나무라면 '화나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되레 소리를 지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욱하는 아이들 사례 3)
큰 아이가 부모를 위협하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C(17)군은 툭 하면 부모를 향해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C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게임에 푹 빠졌다. 고1 때 학교 다녀 와서 계속 게임만 하자, 보다 못한 C군의 어머니가 "컴퓨터 좀 끄라"고 했다. C군은 들은 척 만 척했다. 어머니가 "빨리 엄마 말 들으라"면서 C군의 손을 쳤다. 격분한 C군이 벌떡 일어나 책상에 놓여 있던 커터 칼을 집어들어 어머니를 겨눴다. "씨○, 죽여버릴 거야."
◇욱하는 아이들, 범죄자 될 가능성
정신과 전문의 김상욱 박사(샘정신과의원 원장)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걸어다니는 폭탄'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아주 작은 계기라도 있으면 바로 폭발해버리겠다는 심리, '건드리기만 해 봐. 터져버릴 거야'라는 심리가 팽배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좌절감이 생기더라도 풀리면 괜찮은데,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는 좌절감이 쌓이기만 하고 풀리지는 않는 구조"라고 했다.
이 폭발이 학교에서 일어나면 학교 폭력, 가정에서 일어나면 가정 폭력이다. 통상적인 가정 폭력은 남편이 아내를, 부모가 자녀를 때리는 경우가 많다. 욱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선 정반대 형태의 '역(逆)폭력'이 벌어진다. 이런 폭력은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외부에 드러난다.
C군의 부모도 2년 가까이 고민하다 작년 4월에야 전문 상담사를 만났다. 이들을 만나본 상담사는 "직접 만나본 C군은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고 했다. C군은 예의도 바르고 말도 조리 있게 했다. "부모를 때리거나 위협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욱하는 아이들 사례 4)
최근에도 평범한 고등학생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의 자택에서 이모(17)군이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 이모(54)씨를 살해했다.
이군은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부모님이 1시간 동안 큰소리로 욕하며 부부싸움을 하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부엌에 있던 흉기로 아버지의 등을 찔렀다.
외국인이 체험한 '한국의 도로 위 분노'
전문가들이 본 '로드 레이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도로 위 분노'(Road rage·로드 레이지)가 가득 차게 된 원인으로 사회·심리·문화적 요인을 지적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고병곤 박사는 "우리는 교통법규를 다 지키고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보다, 교통법규를 다 어기고 무리한 끼어들기로 빨리 운전하는 사람을 '능력 있는 운전자'라 생각한다"며 "로드 레이지가 양산되는 기본적인 원인에는 운전에 대한 한국인의 잘못된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처음 운전을 배울 때부터 양보 운전이 기본인데 우리는 양보한다고 화내고 앞지른다고 욕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열된 경쟁과 과정(안전)보다 결과(속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운전에도 투영됐다는 설명이다.
꼬리물기·끼어들기·급정거 등 무질서한 교통 상황도 도로 위 분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박사는 "급정거, 급출발 등 아직 우리나라의 교통질서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이러한 교통 환경은 운전자들의 분노를 더 촉발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인터넷이나 IT가 발달하면서 개인 간 단절은 더욱 심해지고, 빨리빨리 문화는 더 공고해진 것도 도로 위 분노 요인으로 꼽힌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한국인은 대부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해 초 단위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피드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며 "그러다 보니 도로에서 원하는 대로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때 이를 참지 못하고 쉽게 분노에 이른다"고 말했다. IT 발전을 통한 생활 속도의 향상이 오히려 도로 등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자리에서 인내심을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美, 감정조절법 초등학교 5년간 가르치는데… 한국은 사실상 無교육
학교교육이 문제다 : 분노 조절·타인 배려 없는 교육
화 참는 방법 등 안 가르치고 '감정 절제해라' 당연한 말만…
학생들도 입시용 이론만 달달… 실생활에서 전혀 도움 안돼
-전문가가 보는 해법은
남 의견 듣고 존중하는 훈련, 토론식 수업을 대폭 늘리고,
감정 격해지는 실제상황 연출… 역할극 통해 대처법 교육해
조선일보에서 자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의뢰해 도덕, 사회, 윤리 교과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과 관련된 내용은 학년별로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었다.
예컨대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바른 생활' 교과서에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2학년 바른 생활에는 고운 말을 쓰고 공공 예절을 지키는 법을 가르치는 단원이 있다. 3~6학년 '도덕'과 '사회' 과목에도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규칙을 지키는 법, 타인을 배려하는 법 등이 들어 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화가 나도 남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둘러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중·고교 교육과정에도 똑같이 들어 있다.
그러나 초·중·고교생 10명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욱'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더니 10명 모두 "도움이 안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상황 대처법 가르쳐 줘야"
일부 교육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자제력을 못 갖춘 근본 원인은 교육과정과 실제 현실의 큰 괴리 때문"이라며 "12년 동안 배우는 교과서 내용은 훌륭한데, 교사들이 이를 피상적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니 '교과서'와 학생들의 '내면(內面)'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상담교사는 "정규 수업 시간에 관련 단원에서 모둠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구체적인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토론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교육을 늘려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역할극을 통해 직접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을 경험해보고 대처도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 조선일보 기사 발췌
'취미, 건강, 세상 이야기 > 세상속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원 압사 사고 등 : 한국의 위기 (0) | 2022.11.04 |
---|---|
백두산화산 폭발의 위험성 (0) | 2022.11.02 |
서기 7000년, 해수면 66미터 상승 (0) | 2022.10.30 |
시진핑의 집권 강화, 중국몽 (0) | 2022.10.24 |
붉은 자본주의, 공산당과 월가의 오랜친구관계 (0) | 2022.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