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한해였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전투가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해로도 기록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강진과 산불, 홍수 등 대형 재난재해도 잇따랐다.
시련만 있었던 건 아니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지구촌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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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250명 이상의 인질을 끌고 가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에 이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를 봉쇄하는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으며 중동 전역으로 확전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기 위한 ‘일시적 휴전’이 끝나고 전투는 다시 시작됐다. 중동발 긴장에 세계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며 고물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두 개의 전쟁’을 맞닥뜨린 세계는 점점 더 분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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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또 해 넘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한 번 해를 넘길 태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공방전만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는 공격 선봉이었던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에 나서며 한때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북한의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반면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으로 대반격을 시도하던 우크라이나군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설상가상 중동에서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관심과 지원은 줄어드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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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지구

올해는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 한여름뿐만 아니라 연중 더운 한해였다. 폭염에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남반구의 겨울은 실종됐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46℃ 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년 전망도 부정적이다.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대되는 한 앞으로도 올해와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온이 오르면서 폭염과 가뭄도 심각해질 것”(카를로부온템포 C3S 국장)이란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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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진·대홍수·산불…잇따른 재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뿐만 아니다. 올 한해 지구촌 곳곳에서 지진,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2월), 모로코(9월), 아프가니스탄(10월)에서 강진으로 숨진 사망자만 6만3000여명에 달했다.
캐나다에선 지난 5월부터 몇 달째 계속된 산불로 피해 면적(총 1310만㏊)이 그리스 국토에 맞먹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국경 너머 미국으로 날아간 산불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짙은 오렌지빛으로 변했다.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천혜의 관광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리비아에선 대홍수로 6000여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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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

지난 5월 5일,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3년 5개월 만이었다. 인류는 마스크를 벗을 자유를 얻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700만명의 목숨을 잃은 뒤였다.
강력한 봉쇄로 혼란에 빠졌던 세상이 다시 기지개를 켰지만, 장기간 세계 경제가 침체한 탓에 후유증은 컸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또 다른 팬데믹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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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챗GPT 열풍과 AI 규제

오픈AI가 출시한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키며 올 한해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터넷의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을 만큼 생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너무 빠른 AI의 발전 속도로 “인류 멸망을 앞당길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AI를 규제하기 위한 칼을 빼 들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8일 세계 첫 AI 기술 규제 협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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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중 경제 블록화 가속화

미·중의 전략 경쟁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올해 들어 반도체, 전기차, 핵심 광물 등 전략산업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따라 세계 경제도 점차 블록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등의 조치에 따라 중국 내 사업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런 경향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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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 식량 비상사태가 겹치면서 전 세계에 고물가 현상이 계속됐다.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겠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꾸준히 금리를 올려 22년만의 최고치(5.25~5.50%)를 기록했고, 한국 등 주요국들도 일제히 금리를 올렸다.
고물가·고금리의 이중고에 지구촌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이중고에 더해 중국발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저성장까지 예고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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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ALPS 처리수’로 명칭)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 5개월여 만이었다. 오염수를 완전히 방류하는 데는 최소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EU, 일부 태평양 도서국이 일본의 방류에 찬성했지만, 인접국인 중국은 “핵오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방류 이후 “일본 측이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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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위프트노믹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뽑은 ‘2023 올해의 인물’은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43)였다. 대중예술가가 선정되기는 그가 최초다.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에라스 투어’는 단일 공연 사상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3177억원)를 달성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선 호텔, 식당 등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전례 없는 신드롬도 일으켰다.
한 명의 스타가 지역 경제에 붐을 일으키는 이른바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란 신조어가 Fed 보고서에도 올랐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내년에도 스위프트의 공연을 국내에서 직관할 수 없다. 한국엔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현재 없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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