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关系(Guānxì)와 走后门(Zǒuhòumén)

SaintShin 2022. 10. 15. 00:07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의 '네트워크'와 중국의 '꽌시'

 

한국인은 중국의 '꽌시'를 한국 네트워크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해결사를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중국인과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진행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에게 당했다" 혹은 "중국인에게 속았다"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꽌시에 대한 이해는 전혀 다르다.
한국인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지 않는 일을 비합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때 꽌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비합법적인지, 비정상적인지는 개의치 않는다.

중국인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일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그 일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꽌시(關系)'라고 생각한다.

비합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을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조우호우먼(走后门)'이라고 한다.
이 것은 '뒷문을 이용한다'는 의미로 이런 경우에 중국인은 꽌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즉, '아는 사람을 통해서 편법으로 일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중국 사전에서 조우호우먼(走后门)은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개인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금전을 대가로 도움을 요청하고 어떤 일을 해결했다면, 그것은 꽌시가 아니라 '뒷문을 이용했다'는 '조우호우먼'이라고 해야 한다. 즉 한국말로 '브로커를 이용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일회성 거래다. 해결의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지만, 영수증을 주고받지도 않기에 사후서비스도 없다.

 

중국인에게 '형제'란

중국 성도(삼국지 촉나라) 제갈공명 사당 장마당

 

만약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중국인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금전) 없이 한국인의 요청을 해결해줬다면, 이럴 때는 꽌시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꽌시로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준 상대방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을 진 것이다.
추후에 도움을 준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해관계가 걸린 비정상적인 일을 꽌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하늘 아래 부모처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진정한 형제를 얻는 일이다(天下無不是的父母,世上最難得者兄弟)"라는 글귀가 있다. 물론 여기서 형제는 혈육관계가 아닌 의형제를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이해해주는 정도로 나를 생각해 주는 진정한 의형제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인은 어떤 사람을 혈육 관계의 형제자매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믿을 때 그 사람과는 꽌시 관계라는 의미로 형제라고 호칭한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친형제처럼 생각하고 그 누군가도 나를 친형제처럼 생각한다고 서로 신뢰할 때 서로서로 형제라고 부른다.
  
그래서 꽌시 관계인 중국인 서로 서로는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와준다. 그래야 나중에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꽌시란 개개인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소규모 공동 생활집단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지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얘기이다.
사업은 날로 커지고 공장도 여러 군데 운영하며 고객 응대 및 각종 기관/기업에서의 세미나와 미팅으로 출장을 다니던 중 그간 쌓여 왔던 피로에 운전 중 기절 또는 졸음으로 길가 가로수를 들이박고 차가 호수에 빠진 사고가 생겼다.
이때 그 광경을 목격한 인근 가게 주인이 물에 빠져 거의 죽음에 이른 지인을 물에서 구해내었으며 그 이후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윽고 병원에 입원 중이란 소식을 매스컴으로 접한 중국 지인들이 서로 연락하며 십시일반 병원비를 내주고 심지어 한의에 박식했던 지인은 본인 병원으로 옮겨  온갖 약재를 구해 정성껏 몸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사업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 일반적인 한국인 상식으로는 처음 이런 말을 들었을때 믿기 어려웠지만 -  수억원 정도는 언제 갚으란 말도 없이 돈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이게 꽌시란 것을 새삼 재인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