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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 제갈량에 버금가는 준재(俊才) ‘방통

SaintShin 2022. 10. 27. 09:13

’ 형주의 신야에서 인재를 구하고 있던 유비는, 수경선생 사마휘로부터 복룡(伏龍, Fú lóng)봉추(鳳雛, Fèngchú) 중에서 한 사람만 얻어도 가히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사마휘는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인재를 뜻하는 ‘복룡봉추는 여기서 생겨난 말이다.

복룡은 하늘에 오를 때를 기다리는 숨어있는 용으로 제갈량을, 봉추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새끼봉황을 의미하는데 방통을 지칭하는 말이다. 둘 다 천문과 지리에 통달하여 자유자재로 지략을 펼치고 군사를 부리는 재주를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제갈량에 버금가는 재주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준재(俊才) 방통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봉추 방통(龐統), 자는 사원(士元). 적벽대전 때 오군 총사령관 주유의 요청을 받고 조조 진영을 찾아가 조조군의 선단을 쇠사슬로 묶게 하여 오나라 수군이 조조의 백만대군을 화공(火攻)으로 괴멸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이다.

 

방통은 주유의 뒤를 이어 오군 총사령관이 된 노숙의 천거로 오주 손권을 만났지만, 그의 용모에 실망한 손권은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그의 라이벌 제갈량이 준수한 용모를 지닌데 비해, 방통의 용모는 너무 볼품이 없었던 것이다.

 

 

노숙과 제갈량으로부터 추천장을 받은 방통은 다시 유비를 찾아갔다. 그리고 일부러 추천장은 내놓지 않고 인사를 했다. 우레 같은 명성에 비해 용모가 미치지 못한 데에 실망한 유비는 그에게 조그만 고을의 현령 자리를 하나 내주었다. 방통은 자신을 겨우 현령 감으로밖에 보지 않은 데에 화가 났으나 애써 참으며 유비가 내린 벼슬을 받고 임지로 떠났다.

 

유비는 방통이 매일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장비에게 직접 가서 확인해보도록 지시했다. 장비가 뇌양현에 이르자, 관리들이 모두 나와 맞이하는데 방통은 보이지 않았다. 방 현령을 찾으니 한 관리가 기다렸다는 듯 일러바쳤다.

 

“방 현령은 부임한 뒤로 지금까지 백여 일 동안 고을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셨습니다. 아마 지금도 어디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장비가 방 현령을 찾아오라고 호통을 치자, 이윽고 벌겋게 취한 방통이 나타났다. 장비가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어찌하여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술타령만 했느냐?’고 물었다.

 

방통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까짓 백 리도 안 되는 고을의 일이야 뭐 어려울 게 있겠소?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내 금방 해치울 테니.”

 

방통이 그동안 밀린 서류를 모두 가져오라고 하자, 관리들이 이런저런 문서며 밀린 송사(訟事) 자료들을 가져왔다. 그는 손으로 문서를 넘기며 입으로는 처리 방향을 지시하고, 이어 송사의 판결을 내리는데 누가 들어도 합당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백여 일이나 밀린 관청 일을 반나절도 안 되어 모두 깔끔하게 처결하는 것을 본 장비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돌아온 장비가 유비에게 그간의 일을 자세히 고하자, 깜짝 놀란 유비는 대 현인을 몰라본 자신의 과오를 크게 뉘우쳤다.

 

유비는 방통을 모셔오게 한 다음 계단 아래까지 내려가 자신의 잘못을 빌고, 곧바로 그를 군사 제갈량과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부군사(副軍師)로 임명했다. 드디어 방통은 제갈량과 함께 유비의 양쪽 날개가 된 것이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형주를 지키게 하고, 방통을 정벌군의 군사(軍師)로 임명하여 서촉 공략에 나섰다. 정벌군은 방통의 계책 덕분에 연승을 거듭, 서촉 지역을 한 군데씩 점령해나갔다. 순조롭게 나아가던 정벌군은 낙성에 이르는 갈림길 앞에 이르자 잠깐 멈춰 섰다. 이때 형주에 있는 제갈량으로부터 서찰이 왔다. 유비가 읽어보니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제가 간밤에 천문을 보니 으뜸장수에게 불길한 일이 생길 조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을 한 번 더 살펴보시고 함부로 가볍게 나아가지 마십시오.”

 

유비는 진군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하며 방통에게 의견을 물었다. 서찰을 찬찬히 훑어본 방통은 서촉 공략에서 자신이 큰 공을 세우는 것을 제갈량이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역시 간밤에 천문을 보았습니다만, 그것이 꼭 우리 쪽 으뜸장수에게 불길한 일이 생길 조짐은 아닙니다. 걱정 마시고 진군을 계속하십시오.”

 

마음이 내키지 않던 유비는 방통이 거듭 권하자, 다시 마음을 바꾸고 군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진군하여 낙성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방통이 낙마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를 본 유비는 방통의 말이 너무 여윈 것을 헤아리고 자신이 타던 백마를 내주고 자신은 다른 말을 탔다. 방통은 감읍하며 유비가 타던 백마를 타고 출발했다.

 

이윽고 어느 산의 소로(小路) 입구에 이르자, 방통은 문득 주위에 가득한 살기를 느끼고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한 부하장수가 대답했다.

 

“낙봉파입니다.”

 

방통은 깜짝 놀라며 군사들에게 이곳을 속히 통과하라고 지시했다. 낙봉파(落鳳坡)라면 봉황이 떨어지는 곳이란 뜻이고, 자신이 바로 새끼봉황이 아닌가.

 

그 순간, 함성이 일며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산언덕에 매복한 촉병들이 봉추가 탄 백마를 보고 유비인 줄 알고 집중해서 활을 쏜 것이었다. 방통은 그 자리에서 온 몸에 화살을 맞고 고슴도치처럼 되어 말에서 떨어져 죽으니 이때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제갈량과 동시대에 태어난 것이 비극이었는지, 방통의 큰 재주는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꺾이고 말았다. 새끼봉황은 끝내 대붕(大鵬)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갈량은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방통은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던 것이다.

 

방통이 오래 살아남아 제갈량과 적절히 역할분담을 했더라면 관우가 그렇게 어이없게 형주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북벌 때 한 사람이 성도에 남아서 후주 유선을 보좌했더라면 촉이 그렇게 허망하게 멸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