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음악, 여행의 조화를 찾아

취미, 건강, 세상 이야기/재미로 보는 세상 (취미 등)

맥주에 대한 암울한 역사

SaintShin 2022. 10. 24. 22:07

고대 이집트 의 맥주 마시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시종이 맥주를 걸러 마시는 빨대로 시중을 들고 있다.

 

① 맥주, 15~18세기 유럽 마녀사냥의 빌미되다

 

맥주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기원을 두고 있다.  맥주는 종교, 비과학, 편견과 결합해 신의 음류로 추앙받기도 하고 마녀사냥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맥주는 15~18세기 유럽 ‘마녀사냥’의 빌미를 제공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맥주의 여신 ‘닌카시’가 알았다면 분노할 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수도원이 맥주 발효에 실패하면 마녀 짓이라고 여기고 아무 죄 없는 여자를 마녀로 몰아 죽였다.

15세기 중세 암흑기부터 18세기 르네상스와 계몽주의가 등장하기 전까지 마녀사냥 열풍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당시 수도원은 맥주 공장을 겸했다. 중세 수도사는 보리 싹을 틔워 만든 맥아의 즙을 내고 홉을 첨가한 뒤 효모로 발효해 통에 담았다. 맥주 맛이 변질되거나 숙성되지 않으면 수도사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마녀 핑계를 댔다.

 



수도사는 ‘마녀가 날아다니는 유령을 보내 맥주를 망쳤다’ 내지는 ‘마녀가 타고 날아다니기 위해 맥주 솥뚜겅을 훔쳤다’는 소문을 냈다. 신앙심이 신실한 중세인은 희생양 찾기에 나서 행실이 바르지 않거나 술에 취하면 사나워지는 여자는 어느날 갑자기 마녀로 낙인찍었다. 수도사의 연정을 받아주지 않은 여자를 마녀로 지목하기도 했다. 억울하게 마녀로 전락한 여자들은 마녀재판을 받은 뒤 곧바로 화형식에 처해졌다.

마녀 사냥꾼은 맥주집 여주인에게 마녀의 누명을 씌우곤 했다. 1590년 7월초 독일 뮌헨에서는 마녀 다섯명을 화형식에 처했다. 그 중 한명은 유명 맥주집 여주인이었다. 그녀는 맥주로 목욕한 뒤 그 맥주를 팔았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맥주 거품을 그대로 둔채 맥주를 마시면 마녀의 마력에 현혹된다는 미신이 떠돌았다. 그러다보니 맥주 거품을 훅 불어내고 마시는 풍습이 유행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여성이 맥주 양조를 주도했다. 19세기까지 일부 유럽 지역에서 맥주솥(kettle)이 필수 혼수품이었다. 맥아즙과 홉의 합성물을 발효시키는 것이 효모다. 효모 세포는 남성보다 여성의 몸에게 더 많이 나온다. 여성이 남성보다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만든 맥주가 더 맛있다는 속설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② 맥주는 몬도가네 술…사형수 손가락부터 남자 음경까지 첨가

 

맥주는 발효과정에서 시큼한 맛이 생긴다. 중세 유럽에서 맥주 양조자는 시큼한 맛을 감추기 위해 온갖 재료를 넣었다. 소 쓸개즙, 뱀 껍질, 삶은 달걀, 숯, 백묵가루 등이 대표적이다. 맥주 발효 관련 과학적 지식이 없다보니 대충 넣은 뒤 효과를 기대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 넣다보니 급기야 맥주를 마시다 죽는 사람까지 생겼다. 첨가물이 맥주 성분과 결합해 독성 물질로 바뀐 것이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 영주 빌헬름 4세는 1516년 4월 23일 ‘맥주 순수령’을 발표하고 맥주 제조 과정에서 재료와 그 함량을 반드시 지키게 강제했다.

맥주 순수령은 독일 남부 지역에서만 효력이 있었다. 그 외 지역에서는 맥주통 바닥에 뱀껍질을 넣은 맥주가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교수형 당한 사형수의 손발을 잘라 넣는 맥주도 등장했다. 1792년 독일 슐레지엔 지역 기사에 ‘교수형 당한 사람의 손가락을 넣어 만든 맥주의 맛이 기가 막히다’고 쓰여있다. 심지어 남자 음경이니 음경 껍질까지 잘라 넣어 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계몽주의가 퍼지면서 미신적인 제조방법은 사라졌다. 맥주 순수령도 1906년 독일 전역으로 확대됐다. ‘몬도가네 맥주’는 이제 독일에서 자취를 감췄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맥주의 시큼한 맛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이한 재료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다만 별미의 맥주를 찾는 이는 아직도 있다. 지금도 굴, 마늘, 베이컨, 피자, 심지어 수소 고환을 첨가한 맥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영국 윌리엄 왕자 결혼을 맞아 영국에서는 비아그라 맥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③ 맥주, 중세 유럽서 전염병 막는 신의 선물로 추앙


맥주는 한때 게르만족 토속주였다. 맥주가 종교와 인연을 맺게 한 이는 하인리히 크나우스트 (Heinrich Knaust 1520-1580)다. 크라우스트는 속세의 법과 교회 법에 능통한 법률가였다. 그는 맥주를 주제로 책 다섯권을 썼다. 그 뒤 맥주는 교회, 수도원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고귀한 음료로 칭송받으며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크나우스트는 맥주를 ‘신이 허락한 기적의 선물’ 이라고 주장했다. 신이 밀, 보리와 함께 맥주 제조법을 선사해 포도가 자라지 않는 지역의 주민도 와인 대신 술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논리다.

맥주가 수도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품질이 날로 좋아졌다. 수도사가 맥주 양조법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 연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도사는 금식기에 하루 한끼를 빵과 치즈로 간단히 때웠다. 물 이외 다른 음식물은 섭취할수 없었다. 수도사는 금식기에 맥주를 마셔 영양을 보충했다. 그러니 수도사들은 더욱 맥주 양조법에 매달렸다.

수도사들은 맥주를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쯤으로 여겼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다. 당시 물 대신 맥주를 마신 이는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페스트를 이겨낸다고 페스트 맥주까지 등장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미생물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 물을 끓이면 병원성 세균이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맥주는 제조 과정에서 물을 끓인다. 제조 과정에서 맥주는 자연스럽게 살균처리되는 셈이다.

일부 유럽 수도원은 오늘날까지 전통적인 양조방식과 함께 고유의 맥주를 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트라피스트 맥주다. 1098년 프랑스 시토에서 출범한 트라피스트 수도회가 만들었다. 지금은 벨기에 6곳, 네덜란드 1곳, 오스트라 1곳 등 총 8개 수도원에서 양조되고 있다. 벨기에 성 식스투스 수도원은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어 한해 수익 5000만 달러를 거두고 있다

 

위 글은 조선닷컴 이철현 기자 글을 참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