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 때마다 '딸깍' 방아쇠 손가락

손가락을 굽히고 펼 때 '딸깍' 소리가 난다면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힘줄을 감싸는 '활차'(pulley)라는 구조물이 7개 있습니다. 활차가 좁아지거나, 힘줄이 두꺼워지면, 힘줄이 활차 아래를 통과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상태일 때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면 힘줄이 활차에 걸려 있다가 한 번에 통과하면서 '딱'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입니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수지)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방아쇠 손가락의 원인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먹을 반복해서 움켜쥐거나,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게 주원인입니다. 운전대를 오래 잡는 직업, 골프·테니스처럼 기구를 쥐고 하는 스포츠, 손·손가락에 힘을 주는 가사 노동을 자주 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방아쇠 손가락의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몇 배 더 높습니다.
손가락을 못 펴다가 '탁'하고 펴지는 느낌,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방아쇠 손가락으로 진단합니다. 증상이 심할 땐 딸깍거림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데, 'A1' 활차 부위(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하는 부위)를 눌러 보았을 때 압통이 있고,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면, 딸깍거림이 없더라도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경증일 땐 손 사용을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지지 않거나 불편감이 심하다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먼저 고려합니다. A1 활차에서 발생하므로, 손바닥에 주사합니다. 주사를 놓고 1주일 후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좋아집니다. 좋아졌다가 재발하면 주사 치료를 한 번 더 해볼 수 있으며, 25% 정도에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2회 정도는 안전하나, 여러 번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힘줄이 파열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2번 이상 시행해도 재발하거나, 주사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관절 굴곡 구축(오그라든 상태)까지 진행된 경우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국소 마취 하에 1.5㎝만 절개하는 수술로, 시간도 5~10분 소요됩니다. 손바닥의 'A1 활차'를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식입니다.
방아쇠 손가락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 되는 운동법이 '갈고리 주먹 운동(후크 피스트 운동·Hook fist exercise·사진)입니다. 중손가락 관절은 편 상태로 유지하면서, 손가락 관절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틈나는 대로 10~20회 반복하면 됩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도움말=구기혁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